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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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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팬서’는 마블의 히어로 중에 하나다. 이 캐릭터를 이용해 마블과 어떤 시계 회사가 협업을 해 한정판 시계를 만들었다. 경매를 통해 판매가 됐는데, 60억 정도에 팔렸다고 한다. 시계 하나에 60억.     

 

 

 ‘스파이더 맨’도 마블의 히어로 중에 하나다. 원작 코믹스 중에 한 권이 역시 경매를 통해 50억 정도에 팔렸다고 한다. 만화책 한 권에 50억.     

 

 

 농담처럼 이야기하곤 하지만 진심이다. 난 50억 정도만 있으면 좋겠다. 그럼 남은 생 편하게 살다 갈 수 있을 것 같다. 투자는 잘 모른다. 그래서 투자를 할 생각도 없고 그럴 깜냥도 안 된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 살고 있기에 5억 정도면 꽤 괜찮은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 아파트건 주택이건 상관없이 말이다. 현재 사고 싶은 차가 2대 정도인데 2대를 다 사도 2억이 조금 넘을까 말까다. 딸아이 독립을 위해 5억 정도만 남겨둬도 38억 정도가 남는다. 더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면 딱 40억 정도가 남을 것 같다.     

 

 

 1년에 1억, 한 달에 천만 원 정도만 쓴다면 40년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쓸 수 있는 돈이다. 내 나이가 있으니 그 정도면 충분하다. 현금가치가 떨어지니 어쩌니 이딴 건 잘 모르겠다. 따질 능력도 안 되고, 더 중요한 건 따지고 싶지도 않다. 그저 일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보다 조금만 더 여유 있게 살다 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생각만 해도 꿈만 같다.     

 

 하지만 현실은 50억은 언감생심, 5억은 고사하고 수중에 5천도 없다. 그런데!!! 만화책 한 권이 50억에 팔리고, 시계 하나가 60억에 팔리다니.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고! ××.’ 물론 재화 개별의 가치를 무시하자는 건 아니다. 차이가 나도 너무 나니까 하는 소리다. 이런 상대적인 가치의 차이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정확히는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가치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심한 경우 왜 그리 큰 건지 받아들이질 못 하니 이 모양인가 싶은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나는 50억만 있으면 남은 생 편할 거 같은데, 누구에겐 그저 소장할 만한 물건 하나 살 정도의 금액이라니. 필수적인 물품도 아닌 그저 수집품을 그 가격에.     

 

 

 이치는 간단할 것이다. 필수적인 필요가 있든 없든 갖고 싶은 물건을 누군가가 천 원에 사가는 상황에 나에게 2천 원이 있다면 내가 살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가 3천 원이 있다면 그가 사갈 것이다. 그럼에도 도통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 세상 참 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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