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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8년 2010년 12월, 30대 초반의 나이로 백수가 됐다. 자발적인 백수였다. 하던 일이 죽기보다 싫어 때려치우고 다른 길을 찾고 싶었다. 그런데 우선 그만뒀다. 때려치우고 나가서 뭘 어떻게 할지 등의 체계적인 계획보다 일단 벗어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30대의 패기, 아니 객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객기마저 부릴 수 있는 상황이 부럽다.   2011년 6월, 즐거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알바를 시작해서 대학생 시절 내내 알바를 하고 대학교 역시 졸업하기 전에 취업이 됐다. 해서 고3 수능을 보고 난 이후로 2010년 12월에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 딱히 쉰 적이 없었다. 그런 삶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인지 30대 초반의 나이에 백수 생활이 마냥 즐거웠다.   2011년 9월, 즐거운 마음은 딱.. 더보기
바질은 콩나물 식목일에 맞춰 아이 유치원에서 바질을 키워 달라고 바질 키우기 키트를 보내왔다. 아주 간단한 키트였다. 작은 봉투에 모든 게 다 담겨 있었는데 봉투를 뜯으면 흙이 들어 있었고 동봉된 바질 씨앗을 봉투 안의 흙에 뿌리듯이 심어 놓고 자라는 걸 관찰하는 키트였다.  처음엔 화분이나 다른 추가적인 무언 가가 필요할 줄 알고 미뤘다. 아빠가 나름 식집사 행세를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바질을 심는 건 내 몫이 됐다. 미루고 미루다 아내의 언제 해 줄 거냐는 잔소리 혹은 핀잔 중간 즈음의 타박을 듣고서야 알았다고 볼멘소리를 하며 봉투를 뜯었다.  봉투를 뜯고 나서야 추가적인 화분 등이 필요 없고 봉투 자체에 담겨 있는 흙에 그저 씨앗만 뿌리면 되는 거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머쓱함을 가리기 위해 아하~ 이거 별.. 더보기
목천, 천안, 독립기념관 1 2022년 10월 9일 첫 직장이 제약회사였다. 직책은 영업사원, 아주 쉽게 말하면 약을 팔러 다니는 일이다. 약장수.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우리 회사 약 좀 써 주세요 하고 읍소를 한다. 의사가 그렇게 하겠다 하면 거의 바로 밑에 층 혹은 근처에 있는 약국에 가서 의사가 우리 약을 쓰기로 했습니다 하고 약 주문을 받는다. 거의 대부분은 해당 약을 주문하지만 버티는 약사도 있다. 그럼 그 상황에 맞는 대처 방안이 있다. 영업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니까 자세한 대처방안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때 청주를 기반으로 해서 충북 전역을 돌았다. 그래서 사회 초년생임에도 과감하게 차를 샀고(당연히 할부로 샀다. 처음 계약은 5년 할부였는데 3년으로 확 땡겼다.) 청주 상당구(당시에 청주는 2개 구 밖에 없었지.. 더보기
과천 ~ 서울랜드 ~ 2 2022년 10월 2일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답답한 도로에 갇힌 차들을 바라보며 유유히 동문을 향해 걸어갔다. 동문에 도착해 티켓을 끊고 대망의 서울랜드 입장을 했다. 에버랜드보다는 조용한 입장이었다. 들어가 보니 놀이 공원 그 특유의 분위기 혹은 공기가 느껴졌다. 눈앞에 보이는 다양한 놀이기구들. 가만히 보니 찾아본 정보대로 아이들이 탈 만한 놀이기구들이 모여 있었다. 이래서 동문 주차장에 주차를 하라고 했구나 하면서 여기저기 둘러봤다. 그러면서 동시에 에버랜드에 조금 밀리는 서울랜드도 아이들이 타는 놀이기구들을 모아 놓은 곳이 있는데 에버랜드는 왜 없지? 하는 생각을 했다. 아! 맞다. 에버랜드에도 ‘이솝빌리지’가 있지! 아이가 있기 때문에 나도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전에 에버랜드는 나에게.. 더보기
속리산은 말이다! 2022년 9월 25일 주말을 맞아 산책할 만한 곳을 물색했다. 여기저기 부담 없이 가볍게 20~30분 정도 운전해서 갈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가 본 곳도 있고 안 가 본 곳도 있는데 어느 쪽이든 딱 하고 와닿는 곳이 없었다. 날이 가을을 향해 가는 시점이라 산책하기 좋은 날씨를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 어디를 갈지 계속 고민을 했다. 그러다 머리를 번뜩하고 스친 생각, 속리산을 가자! 그렇다. 속리산은 우리 뒷동산이다 는 거짓말이고 전국에 있는 명산 중에 청주 사람들이 거리상으로 가장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산이다. 더 가까운 산을 찾아보면 있긴 있을 것이다. 사회 시간에 배우지 않았는가? 우리 국토 면적의 70%가 산지라고. 그러니 분명히 속리산보다 가까운 산이 있을 것이다. 청주만 봐도 청주에선 유명.. 더보기
불타는 서울 1 2022년 7월 29일 ~ 31일 #서울, 서울, 서울 (20220729~30) 에버랜드에서 돌아온 늦은 저녁, 거의 밤이 다 돼 청주에 도착했다. 하루 일정이었지만 아이 짐을 비롯한 간단한 짐을 빠르게 풀었다. 아이 목욕을 시키고 재워야 했기 때문에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그러면서 이제 남아있는 휴가기간 동안 무엇을 할까 고민을 했다. 귀여운 아이 몸 구석구석을 깨끗이 씻기면서 어떤 일정을 짜면 남아있는 휴가기간을 재미있게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을 했다. 문득 서울에 가고 싶었다. 서울은 우리 대한민국의 수도이면서 당연하게도 대도시이다.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소위 ‘메가시티’다. 그 사실 자체로 서울은 본래의 기능과 관계없이 관광지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서울의 어디를 갈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더보기
불타는 에버랜드 2 2022년 7월 28일 # 1부에서 이어집니다. 일단 왔으니 우선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다 아이가 힘들어하면 빠져나오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기다렸다. 정말 고맙게도 아무 일 없이 기다렸다. 긴 시간 동안 아이는 한 번의 투정도 없이 엄마, 아빠 품에 번갈아 안겨 가며 때로는 바닥에 서서 잘 기다려 줬다. 우리가 사파리 차를 탈 순서가 거의 다 됐을 때 잠들려 한 것을 제외한다면 정말 아무 일 없이 잘 기다려 줬다. 너무 기특했고 너무 고마웠다. 마지막에 이제 우리 순서가 돼서 차를 타기만 하면 되는 그 시점에 아이가 잠들려 해서 ‘안 돼! 안 돼! 잠들면 안 돼! 어흥 사자 봐야지’ 하고 깨우니 앞에 커플이 웃었던 일을 제외하면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그렇게 근 1시간 30분을 기다려 사자와 호랑이.. 더보기
불타는 에버랜드 1 2022년 7월 28일 # 꿈과 환상의 나라, 에버랜드(20220728) 강원도에서 마지막 날,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준비하면서 아내와 이야기를 했다. 청주에 돌아가면 남아 있는 휴가기간 동안 뭐하지? 이번 휴가의 가장 큰 목적은 아이에게 바다를 보여주는 것이었고 일단 그 목적은 달성했다. 그리고 다음 일정은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애초에 휴가기간 처음 3일을 열심히 달리고 4일째인 목요일은 하루 정도 집에서 쉬기로 했다. 그때 나머지 일정을 정하자 뭐 이 정도까지만 이야기해둔 상황이었다. 어디든 숙소를 이용하면 마지막엔 내가 들렀다 가는 흔적을 남기는 걸 싫어하는 성향이다. 열심히 설거지를 하고 그릇이나 집기 등을 원래 자리에 옮겨 놓으면서 불현듯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결과론적으론 떠올리면 안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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