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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어쩌다 여행일기

불타는 서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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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29일 ~ 31일

 

 

#서울, 서울, 서울 (20220729~30)    

 

 에버랜드에서 돌아온 늦은 저녁, 거의 밤이 다 돼 청주에 도착했다. 하루 일정이었지만 아이 짐을 비롯한 간단한 짐을 빠르게 풀었다. 아이 목욕을 시키고 재워야 했기 때문에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그러면서 이제 남아있는 휴가기간 동안 무엇을 할까 고민을 했다. 귀여운 아이 몸 구석구석을 깨끗이 씻기면서 어떤 일정을 짜면 남아있는 휴가기간을 재미있게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을 했다.

 

 

 문득 서울에 가고 싶었다. 서울은 우리 대한민국의 수도이면서 당연하게도 대도시이다.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소위 ‘메가시티’다. 그 사실 자체로 서울은 본래의 기능과 관계없이 관광지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서울의 어디를 갈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자주는 아니어도 간간히 일을 보러 혹은 놀러 가 본 도시이기에 안 가본 곳을 찾아야 했다. 물론 가 본 곳보다 안 가 본 곳이 더 많기 때문에 찾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한정된 시간에 보다 효율적이면서 재미있는 일정을 짜기 위한 궁리가 필요했다.

 

 

 우선 머리에 떠 오른 건 ‘명동성당’이었다. 참고로 난 종교가 없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아내가 천주교 신자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명동성당에 가 보고 싶은 건 아니었다. 아내가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에 아내는 이미 예전에 명동성당엘 가 봤다고 한다. 신자라고 꼭 가 봐야 하는 건 아니지만 여하튼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아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성당에 가고자 한 건 아니었다. 어느 정도 영향은 있었지만 그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여러 장면에 명동성당이 등장하기에 역사적 현장, 보다 실질적으론 관광지로서 명동성당에 가보고 싶었다. 유럽 여행을 가면 눈에 보이는 게 성당 밖에 없으니 뭐 대충 그런 느낌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두 번째로 떠 오른 곳은 ‘북촌 한옥마을’이었다. 한옥마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비슷한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전주 한옥마을’은 두 번 정도 가 봤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전주와 비슷하면서 또 다를 것 같은 기대가 있었다. 고풍스러운 우리 한옥은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무언가가 있다. 사극에 나오는 대단한 한옥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의 정취만 느낄 수 있으면 되는 거니까 하는 생각에 두 번째 목적지로 생각했다.

 

 

 그동안 아이 목욕은 끝났고 아내한테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아내도 ‘그래! 가자.’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딱히 특별하게 떠오르는 일정이 없었는지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는 눈치였다. 조금 뒤에 아내가 그럼 코엑스나 롯데타워에 있는 아쿠아리움도 가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내 기억에 의하면 나에게 있어 첫 아쿠아리움은 부산 해운대에 있는 ‘부산 아쿠아리움’이었다. 볼만은 했는데 또 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부산의 아쿠아리움이 별로 라기보다는 아쿠아리움, 더 나아가 동물원 자체에 대해서 그리 긍정적으로 생각하진 않는 편이다. 지난 글에서 에버랜드에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판다를 보러 간다고 했었다.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다. 보고 싶은 마음이 커져 간혹 어쩔 수 없이 가는 경우라고 하면 나름 변명이 될지 어떨지 모르겠다. 동물원에 가서 보는 동물들의 모습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질 않는다. 신기한 마음과 보고 싶은 마음에 구경은 가지만 마음 한 구석에 동물들에 대한 약간의 미안함과 그럼에도 보러 가는 스스로에 대한 불편함이 공존한다.

 

 

 가능하다면 종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차원에서 대단위 규모의 동물보호소가 존재하고 일반 사람들은 멀찍이서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정도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정도로 바뀌어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쿠아리움도 다시 가 봐야지 이런 생각이 특별히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또 아이가 생기다 보니 책으로만 보는 동물을 철망이나 유리벽 뒤의 모습일지라도 실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지극히 인간적인 욕심으로 혹하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아내와 상의 끝에 롯데타워 아쿠아리움을 가기로 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왔다 갔다 하는 길에 괜찮으면 남산타워에도 들려 돈가스도 먹어 보고 숙소가 한강공원에서 멀지 않으니 한강공원에 나가 치킨도 시켜 먹어 보자는 계획까지 세웠다. 숙소 예약을 마무리하고 강원도 다녀온 지 하루 만에 다시 1박 2일 짐을 쌌다. 정리를 잘하는 편이라 짐을 싸는 건 전적으로 내 몫이다. 아내가 본인 짐과 아이 짐을 주면 나는 내 짐과 함께 트렁크에 차곡차곡 정리해 넣었다. 그렇게 어쩌면 이 번 휴가의 마지막 일정이 될 수 있는 서울 일정을 화끈하게 불태우자면서 짐을 정리하고 잠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서울 일정은 불에 타기는 했다. 어떻게 탔는지는 차차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다음 날 아침, 그러니까 금요일에 아이 밥을 먹이고 최종적으로 짐을 확인하고 출발했다. 1박 2일 동안 갈 곳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동선을 잘 짜야했다. 우선 첫 번째 목적지는 롯데타워 아쿠아리움으로 정했다.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잡고 출발했다. 가는 길에 꼭대기 층의 전망대까지 갈 건지 말 건지 이야기를 했다. 가면 좋은데 어딜 가든 다 돈이니 그게 문제다. 시원하게 그냥 쓰면 좋겠지만 또 그럴 수 없는 나름의 상황이라는 것이 있다. 그럼에도 그거 뭐 이왕 쓰는 거 몇만 원만 더 쓰면 되는 건데 하면서도 선뜻 써지질 않는다.

 

 

 이런 상황이 짜증 나긴 하는데 그래서 이런 상황의 짜증이 싫어 다음엔 그냥 쓰자 하면서도 또 다음에 고민하고 고민하게 된다. 고민 끝에 이미 이번 휴가 때 비용을 조금 많이 쓴 상황이었기에 ‘전망대 올라가 봐야 그냥 높은 거지 뭐, 다음에 보자.’ 이러면서 아쿠아리움만 가기로 했다. 물론 100층이 넘는 높이의 전망대이기 때문에 그 높이가 보통이 아니겠지만 그렇게 현실과 타협하는 쪽으로 정리하게 됐다. ‘괜찮아. 높아봐야 하늘 아래지.’ 애써 합리화하면서 고속도로를 탔다.

 

 

 롯데타워의 아쿠아리움 다음에 숙소에 가서 짐을 풀고 숙소가 한강공원과 멀지 않기 때문에 나와서 한강공원에서 저녁 겸 치킨 등을 시켜 먹는 쪽으로 첫날 동선을 정리했다. 둘째 날은 숙소에서 나와 남산타워에 가서 타워까지 갈 건 없고(롯데타워의 전망대도 마다했는데 꼴랑 남산타워에 올라갈 이유는 없었다.) 유명하다는 돈가스를 점심으로 먹기로 했다. 그다음에 명동을 먼저 가든 북촌을 먼저 가든 상황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완벽한 계획이다. 꽉 차고 알찬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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