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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어쩌다 여행일기

쉬지 않는 강원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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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25일 ~ 27일

 

 

# 강원, 영진 해변(20220726~27)

 

 엔진오일을 교체하고 두 번째 숙소를 향해 달렸다. 두 번째 숙소 역시 강릉 인근 해안이었다. 강릉 인근을 조금만 돌아보면 다 해안이면서 카페 거리다. 강릉이 카페의 성지 비스무리하게 된 이유가 나름 있지만 이 번 글에서 이야기하기엔 너무 삼천포로 빠질 거 같아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 번 풀어 보도록 하겠다. 여하튼 카페가 참 많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카페는 참 많다. 내가 살고 있는 청주만 해도 카페가 수두룩하다. 특히 요즘엔 무슨 유행인지 청주 외곽에 대형 카페들이 들불 번지듯이 들어서고 있다. 한때나마 바리스타로서 커피 일을 했고 앞으로도 기회가 닿으면 카페를 한 번 해 봐야지 하고 마음 한 구석에 커피에 대한 열망을 곱게 모셔 두고 있다. 그런데 들어서는 카페들의 규모가 무서울 정도로 크고 휘황찬란해서 과연 나중에 내가 열고자 하는 작은 카페는 될까 싶은 두려움이 들 정도다.

 

 

 사실 일반적인 카페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청주의 대형 카페들이 강릉의 그 어떤 카페에도 밀리진 않을 거다. 딱 한 가지, 바로 바다 전경을 품고 있다고 하는 부분이 밀린다. 청주는 대표적인 내륙지방이라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바다니까, 바다 하나 보려고 강릉 인근을 멀지만 찾아가는 거니까, 그런 바다를 전경으로 품고 있는 카페를 안 갈 수가 없다.

 

 

 요즘 카페는 멋들어진 카페와 커피 맛이 있는 카페로 분류가 된다.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는 카페라면 금상첨화지만 보통은 한쪽이 기운다. 우리나라에 에스프레소를 위시한 커피전문점 문화가 자리 잡은 지 어느덧 20여 년이 넘어가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커피 맛은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전제하에 보통은 어느 정도 커피 맛은 보장하면서 인테리어 등 멋을 지향하는 카페가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소위 ‘인스타 각을 잡을 수 있는’ 그런 카페들이 많아지고 있다. 개 중에 정말 커피 맛이 아닌 카페도 더러 있지만 그런 곳은 또 같이 팔고 있는 빵은 맛있는 편이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세 가지로 세분화가 됐다.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커피 맛, 멋들어진 사진 찍기 좋은 인테리어 그리고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빵. 이 중에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손님을 어느 정도는 끌어 모을 수 있다. 보통의 카페들은 한 가지 정도는 가지고 있고 강릉의 카페는 여기에 더해 바다 전경이라고 하는 강력한 무기가 하나 있으니 손님이 특히 여름철에 관광객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도 역시 한 카페를 찾아갔다. 앞에서 이야기한 내용에 비하면 상당히 작은 카페를 갔는데 B카페에서 파는 '흑임자라떼'가 맛있다고 하여 두 번째 숙소 가는 길에 들렀다. 일단 만들어 내느라 애를 쓴 흔적이 있는 메뉴임에는 분명했다. 그런 노고가 나름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건지 해당 메뉴를 주문하면 마시는 방법까지 안내를 해 줬다. 먹어보니 상당히 익숙한 맛, 난 이 카페를 처음 와 봤고 이 메뉴 역시 처음 먹어 봤는데 상당히 익숙한 맛. 뭐지? 이거 뭐지? 이 맛, 분명히 먹어 봤는데…. 당장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웃기지도 않게 휴가 막바지에 청주에 들어와서 한 카페를 갔는데 그 카페에서 시킨 메뉴에서도 역시 비슷한 맛이 났다. 그러고 며칠 뒤에 집에 뒹굴러 다니는 커피 관련 책을 치우며 들춰 보다 아! 이거구나. 아니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도 이렇게 만든 거 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틀릴 수도 있지만 에스프레소를 얼음, 시럽 등과 섞어 빠르게 흔들어 주면 되는 메뉴에서 착안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상대적으로 소소한 느낌을 주는 작은 카페에서 바다를 보며 마시는 커피는 그 자체로 일품이었다.

 

 

 커피를 다 마시고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두 번째 숙소 역시 바다 전경을 보고 선택한 곳이었다. 첫 번째 숙소보다는 바닷가와 조금 거리가 있어 가격은 조금 저렴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방의 넓이나 편의시설 그리고 청결도 등은 훨씬 좋은 숙소였다. 이번 휴가 동안 총 세 곳의 숙소를 이용했는데 가장 좋은 숙소였다. 다음에 강릉에 다시 온다면 또 이용하고 싶을 정도의 숙소였다.

 

 

 처음 숙소보다는 바다가 멀었지만 그만큼 멀리 넓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깔끔했으며 기본적인 모든 것들이 갖추어져 있었다. 특별히 추가금액 등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물론 추가금액 등을 굳이 따로 표기하지 않고 기본 가격에 다 포함시킨 걸 수도 있겠지만 다른 숙소와 가격 등을 비교해 봤을 때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충분히 만족스러움을 느끼며 짐을 풀었다.

 

 

 바다에 나가기로 했다. 이 번 휴가의 두 번째 주목적은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딸아이에게 바다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첫날 실패를 했으니 다시 시도해보기로 했다. 튜브와 함께 모래놀이 장난감도 조금 챙겨 왔는데 튜브와 마찬가지로 이제 아예 꺼내 올 필요도 없이 차 트렁크에 던져두고 아이만 안고 나갔다. 어달 해변엔 해초가 많아서 조금 그랬는데 여긴 그야말로 해수욕을 하기에 딱 좋은 깔끔한 모래사장을 가지고 있는 그런 해변이었다.

 

 유명하지 않은 건지 분명히 휴가 시즌이긴 한데 역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어제의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한번 조심스레 아이에게 바다를 만지게 해 줬다. 역시 실패! 우리 아이가 조심성이 많다. 아직은 넓고 넓은 바다를 받아들이기엔 조금 더 확인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그래도 괜찮다. 그 넓은 바다 눈에 담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이번에도 역시 아쉬운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듯 사진을 조금 찍어주고 밥을 먹으러 숙소에 들어갔다.

 

 

 첫날은 고기를 준비해 구워 먹었는데 이번엔 바다에 왔으니 회를 시켜 먹기로 했다. 물색해 둔 횟집을 통해 회를 주문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횟집이 있어 배달비도 아끼고 그 돈으로 맥주를 위한 과자 한 두어 봉 더 사자 하는 마음으로 내가 가져오기로 했다. 회를 가져와 준비를 하고 와인과 함께 멋들어지게 먹으려 했으나 첫 잔만 ‘짠’을 하고 와인 잔은 저 높은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아이가 있으니 약하고 약한 와인 잔을 상에 올려놓을 수가 없었다.

 

 

 테이블도 있고 상도 있었는데 여차저차 상에서 먹게 됐고 낮은 상에 아이가 이거 저거 만져보고 하는 통에 도저히 와인 잔을 상에 둘 수가 없었다. 아직은 많이 어린아이와 함께 분위기를 온전히 낸다는 것은 역시 사치다. 딸내미가 귀여우니까 참고 넘어갔다. 맛있게 술안주 겸 식사 겸 회를 다 먹고 TV를 조금 봤다. 결혼하면서 집에 TV를 두지 않기로 해서 집에 TV가 없다. 그래서 이렇게 휴가기간 동안 숙소에서 보는 TV 맛이 생각보다 꿀맛이다. 딱히 볼 건 없는데 그냥 채널 돌리는 맛에 이거 저거 돌려 봤다.

 

 

 뭐 그렇다고 해서 집에 TV를 사고 싶을 정도로 아쉬운 건 아니다. 이제 적응이 돼서 TV 없는 부분이 어색하지 않고 웬만한 건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을 통해 다 볼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볼 건 또 다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조금은 더 큰 화면에 채널 돌리는 맛은 또 무시할 수 없기에 조금 보다가 아이 잘 시간이 돼서 엄마와 아이는 자고 나는 조금 아쉬워 베란다에 나가 바다를 보며 멍을 조금 때리다 들어와 잠을 잤다.

 

 

 다음 날, 강원도에서 삼 일째 되는 날이며 집으로 가는 날이다. 체크아웃 준비를 하면서 뭐할까 찾아보다 유명한 막국수 집이 있다고 해서 막국수를 먹고 카페 한 곳 정도 더 가보자 이야기하면서 숙소를 나왔다. 좋은 숙소를 나오는 발걸음이 조금은 아쉬웠다. 몰랐는데 이 해변이 드라마 ‘도깨비’ 촬영 장소라고 했다. 왔으니 또 도장을 찍어야 했다. 뜨거운 태양을 조명 삼아 사람들을 기다려 사진을 한 두 방 찍어 줬다. 이어 한 낮을 향해가는 시간 속에 더운 날씨를 뚫고 N막국수 집에 도작했다. 일반적인 막국수 집과는 조금 다른 카페 같은 감성의 인테리어를 한 막국수 집이었다.

 

 

 보기 좋았지만 일단 중요한 건 막국수 집이니 맛이었다. 카페는 커피 맛이 조금 부족해도 매장 자체가 멋이 있고 이제 웬만한 카페에선 다 파는 빵 등이 맛있으면 그나마 용서가 되는데 막국수 집 등의 식당은 메인 메뉴가 맛이 없으면 용서가 안 된다. 용서를 할 수가 없다. 유명하다고 하니 TV프로에도 나왔다고 하니 그런 권위에 한 번 기대 보기로 했다. 난 부산의 한 식당에서 먹은 비빔밀면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언제나 항상 선택이 가능하다면 비빔국수를 먹는 편이다. 이번에도 비빔막국수를 선택했다. 아내는 먹어 보고 싶기도 했고 아이와 같이 먹을 수 있는 들깨막국수를 시켰다.

 

 

 일단 비주얼은 합격. 맛은 음… 괜찮은데 가격 대비 조금 부족한 듯했다. 요즘 물가가 미친 듯이 올라가는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냉정하게 6천 원 정도 받으면 딱 맞을 맛과 양이었다. 그런데 거의 두 배의 가격을 받았으니 전체적으론 별로였다. 물가가 올라간 부분으로 이해해야 되는 건지, 관광지니까 됐다 하고 말아야 되는 건지, 먹어 본 결과로는 왜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TV에 나왔으니 내 입맛이 일반적이지 않은가 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랬다. 뭐 다음에 다시 안 오면 되는 거니까.

 

 

 점심을 먹었으니 식후 커피를 한 잔 해줘야 했다. 카페는 널리고 널린 곳이니까 괜찮은 곳만 찾으면 된다. 그게 일이긴 하지만 왔다 갔다 하면서 규모도 크고 사람도 많이 들락거리는 카페 한 곳이 눈에 걸렸다. 원래는 박이추 선생이 직접 운영하는 건지 그들의 가족이 운영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박이추 선생의 이름을 딴 로스터리 카페를 가려했다. 하지만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있지도 않고, 아내는 또 그렇게 까지 커피를 찾아 마시는 취향이 아니기에 위에 말했던 카페를 가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박이추 선생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에 가서 직접 내려주신 커피를 예전에 마셔 봤으니 특별히 아쉬움도 없었다.

 

 

 그렇게 찾아 간 K카페는 예상대로 맛 집보다는 멋 집이었다.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경을 가지고 있어서 카페에 앉아 창을 통해 바다를 보기도 좋았고 사진을 찍기도 좋았다. 준비돼 있는 빵 종류도 많았고 맛도 있었다. 그런데 커피 맛이 별로였다. 뭐 크게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카페인데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정작 커피 맛이 별로라니…. 아쉬웠다.

 

 

 그래도 손님은 넘쳐 났다. 아까 말했던 세 가지 중에 두 가지를 충족하니 커피 맛이 다소 별로여도 관광지라는 특수성까지 고려하면 손님이 많은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커피 맛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커피는 그저 거들뿐 시원한 장소에서 지인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카페를 찾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른 건 아니기에 딱히 이 상황을 나무랄 만한 근거가 빈약한 것도 사실이다.

 

 

 상황에 걸맞게 즐기면 그만이다. 커피 맛은 별로였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주는 시원함은 충분했고 빵이 맛있었으니 그걸로 됐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기는 순간이니 아쉬움은 뒤로 하고 즐길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즐겼다면 그 역시 충분했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아직 휴가기간이 반이 더 남았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멀고 먼 청주를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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