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25일 ~ 27일
#강원, 어달 해변(20220725)
휴가 시작이다. 1년 중에서 가장 기다리는 순간이다. 이번 휴가의 주목적은 강원도에서의 바다 구경이다. 숙소도 바다 구경이라는 컨셉에 맞게 잡았다. 숙소의 창을 통해 바로 바다를 볼 수 있는 그런 곳을 잡았다. 가격은 사악할 정도로 비쌌다. 난 휴가기간의 숙박비용을 이해하고 싶지가 않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
정확하게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한 거라면 충분히 이해하겠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부족한 내 인식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더해서 돈을 더 받는 것 같다. 명확한 시장원리에 의해 가격이 올라가는 거라면 정말 할 말은 없고, 내가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겠지만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을 해 봐도 너무 비싸다.
휴가기간으로서 성수기라는 이유와 숙박업을 비롯한 관광지에서 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변명 혹은 이유 중에 하나인 한철 장사라는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비싸다. 그 누구도 그들에게 한철 장사하라고 한 적이 없다. 본인들이 선택한 거지. 더욱이 그들이 정말 한 철 장사만 할까? 아니다. 다른 시기엔 다른 업종으로 바꿔 또 다른 장사를 한다. 아니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런 그들의 사정까지 관광객들이 이해를 하고 돈을 써 줘야 하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휴가기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도 전반적으로 가격이 비싼 건 사실이다. 정확하진 않더라도 늘 언제나 항상 그런 체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수 없이 휴가기간이니까 하고 이 꽉 깨물고 이해해보려고 애를 쓴다.
그렇게 들어간 첫 숙소에서의 바다 광경은 다행히 장관이었다. 비싼 숙박비용을 어느 정도는 상쇄해 줄 수 있는 전경을 보여 줬다. ‘그래, 이만하면 됐다. 아내가 저리 좋아하는데…. 예쁘긴 예쁘네. 그야말로 인스타각이다.’ 짐을 풀고 바다를 보면서 사진을 찍어가며 어느 정도 시간을 보냈다.
이번 휴가의 두 번째 주목적은 이제 19개월인 딸아이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느끼게 해 주는 것이었다. 짐을 얼추 다 풀고 바다에 나갈 준비를 했다. 준비해 온 튜브에 바람을 넣고 아이 옷을 갈아입혔다. 필요하다면 아이를 안고 바다에 들어가기 위해 나도 래시가드를 입었다.
해수욕을 즐기기 위한 해안가라기 보단 바다 자체를 보기 위한 해안가라 그런지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코로나 시국에 나름 다행이었다. 여름휴가답게 ‘바다다!’ 한 번 외쳐 주면서 모래사장을 밟았다. 아이는 우선 품에 안았다. 조심스럽게 모래사장에 내려놓았다. 여지없이 불안한 몸짓으로 발을 들어 올려 아빠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딸아이는 호기심이 많으면서 동시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아이다. 몇 번 확인을 한 후에 괜찮다고 판단되면 행동으로 옮기는 그런 아이다. 바다를 처음 봤고 모래사장을 처음 봤다. 엄마, 아빠 마음이야 넓은 바다와 바스락바스락 밟히는 재미있는 모래를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지만 아이는 처음이기에 받아들일 준비와 시간이 필요했다.
아빠 품에 안긴 채로 파도가 처 올라 바닷물이라도 몸에 닿으려 하면 불안해했다. 그럼에도 조금씩 조금씩 바닷물을 경험하게 했다. 물론 물에 직접적으로 들어가진 못했다. 준비해 간 튜브는 덩그러니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모래사장 한편에 버려져 있었다. 방법을 바꿔 아이를 품에 안고 저 멀리 넓고 넓은 바다를 보여 줬다.
아이가 알아듣는지 모르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이야기해 줬다. 바다라고. 넓고 깊은 바다라고. 고래도 살고 있는 바다라고. ‘뿌우 뿌우’ 커다란 배도 지나가는 바다라고 계속 이야기해 줬다. 엄마, 아빠는 아쉬운 마음을 사진에 담고 저녁 먹을 시간이 돼 그만 숙소로 돌아갔다. 다시 한번 숙소의 창을 통해 바라보는 바다의 전경은 정말 황홀했다. 비싸고 비싼 숙박비가 나도 모르게 자꾸 인정이 되려 했다. 마음 한 구석에 있는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그런 마음을 조금은 부여잡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다는 참 보기 좋았다. 저녁을 먹기 위해 고기 등을 미리 준비해 갔지만 조금 부족한 것들이 있어 인근 마트에 갔다. 차 시동을 켜고 출발하는데 엔진오일 경고등이 꺼지질 않았다. ‘아뿔싸’ 기어이 문제가 터지는구나. 사실 휴가 가기 한 달 여 전부터 엔진오일을 교체하라고 하는 시스템 멘트가 떴었다. 차량 자체의 기본적인 경고가 아닌 정비업체에서 일반적인 정비주기 등을 고려해 설정해 놓은 멘트가 뜬 것이다.
그래서 전화를 통해 당장은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나름 확인을 받고 그래 올해 말이나 갈지 뭐 그랬었다. 그 이후에 업무로 경기도를 몇 번을 다녀오고 휴가 온다고 강원도까지 달려오고 하다 보니 엔진오일을 갈아야 하는 한계 킬로수에 결국 도달한 것 같다. 문제는 내가 살고 있는 청주가 아님은 물론이거니와 가까운 대전이나 천안 등에 온 것이 아니라는 거다. 멀고 먼 강원도까지 왔는데 휴가 첫날인데 경고등이 떴으니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었다.
우선 가까운 마트까지 갔다 오는 건 별 문제가 아니었고 당장 뭘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마트를 다녀왔다. 준비해 온 고기를 Z이글을 통해 구워 먹었는데 영 맛이 없었다. 음식은 입으로도 먹지만 귀로도 먹고 눈으로도 먹는 거라고 생각한다. ‘치이익’ 하는 익는 소리는 영 들리지도 않고 연기는 기계가 좋아서 죄다 흡수해 버렸다. 마침 숙소 조명도 붉은 조명이라 고기가 익는 건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먹다 보니 먹는 재미가 상당히 반감됐다.
숙소에서 냄새가 난다고 준비해 둔 Z이글만 쓰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썼는데 앞으로 다시는 쓸 일이 없을 것 같다. 여하튼 밥을 먹고 휴가지에 왔으니 기분도 낼 겸 맥주와 와인도 한 잔 하고 그렇게 잠이 들었다. 마음 한 구석엔 차를 어떻게 하지하는 걱정을 끌어안고 잤다.
아침에 아내와 아이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인근 정비업체를 검색했다. 영 마땅치 않아 답답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했고 그제 서야 아내에게 말을 했다. 경고등이 빨간색이 아닌 노란색이라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계속했지만 남아 있는 일정도 그렇고 움직여야 되는 거리도 그렇고 해서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정비업체를 찾아 정비를 하기로 했다.
첫날 묵은 곳은 동해 인근이라 조금 더 큰 동네인 강릉으로 넘어가면서 정비업체를 찾았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이야기하는 곳은 무시하면서 여기저기 물색하다 나름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곳을 어렵게 찾았다. 그 와중에 강릉에 가면 가고자 했던 꼬막비빔밥집도 찾아 시간도 점심시간이 다 됐고 정비업체도 부품을 챙겨 와야 해서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 우선 밥을 먹었다.
그 와중에 꼬막비빔밥은 참 맛있었다. 생각지도 않게 육사시미도 팔았는데 술 없이 먹기엔 다소 아까워서 꼬막비빔밥만 먹었다. 더욱이 아내는 육사시미를 먹어 본 적이 없고 딱히 먹고 싶은 마음도 없어 보였다. 옆 테이블을 보니 양도 많은 듯하여 시키면 술도 없이 나 혼자 다 먹어야 할 것 같아 아쉬운 대로 꼬막비빔밥만 먹었다. 꼬막비빔밥만으로도 충분히 맛이 있었고 양도 넉넉해 엔진오일로 허해진 마음까지 채울 수 있는 점심이 됐다.
점심을 다 먹고 정비업체에서도 부품이 준비됐다고 하여 바로 갔다. 30분 정도면 교체가 가능하다 하여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정식 서비스센터가 아니라 시스템 리셋에 다소 시간이 걸려 1시간 정도를 기다렸다. 미리 교체하지 않은 내 죄가 크지 하는 마음으로 조금 비싸지만 결제를 하고 마음 편히 다음 일정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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