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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어쩌다 여행일기

불타는 에버랜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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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28일

 

 

# 꿈과 환상의 나라, 에버랜드(20220728)     

 

 강원도에서 마지막 날,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준비하면서 아내와 이야기를 했다. 청주에 돌아가면 남아 있는 휴가기간 동안 뭐하지? 이번 휴가의 가장 큰 목적은 아이에게 바다를 보여주는 것이었고 일단 그 목적은 달성했다. 그리고 다음 일정은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애초에 휴가기간 처음 3일을 열심히 달리고 4일째인 목요일은 하루 정도 집에서 쉬기로 했다. 그때 나머지 일정을 정하자 뭐 이 정도까지만 이야기해둔 상황이었다.

 

 

 어디든 숙소를 이용하면 마지막엔 내가 들렀다 가는 흔적을 남기는 걸 싫어하는 성향이다. 열심히 설거지를 하고 그릇이나 집기 등을 원래 자리에 옮겨 놓으면서 불현듯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결과론적으론 떠올리면 안 되는 아이디어였다. 당시엔 이 아이디어 역시 순수하게 아이를 위한 아이디어였다. 아이가 없었다면 떠오르지 않았을 아니 더 정확히는 설령 아이디어가 떠올랐어도 실행하지 않았을 아이디어였다.

 

 

 아직은 아이가 19개월로 어려서 뭘 보여줘도 나중에 기억이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뭐라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앞선 나머지 그 더운 여름날에 그것도 극성수기인 휴가 시즌에 과감하게 에버랜드를 가기로 했다. 이유는 딱 한 가지, 아이에게 판다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내와 연애할 때도 그랬고 결혼 후에 아이가 없던 신혼시절에도 스스로가 그랬다. 가끔 판다가 보고 싶어 에버랜드를 갔었다. 다른 즐길 거리, 탈거리도 많지만 나에게 있어 에버랜드는 판다를 보러 가는 곳이다. 아이가 원할지 어떨지도 모르면서 내가 판다를 보고 느낀 기분 좋은 감정을 아이에게도 전달하고 싶었다. 더해서 책으로만 봤던 ‘어흥’ 사자와 호랑이도 보여주고 싶었다.

 

 

 원래 잡아 놓은 계획인 목요일엔 쉬기로 한 부분을 수정해서 에버랜드에 가기로 결정했다. 아내는 원래대로 목요일엔 쉬고 금요일에 가자고 했는데 금요일보다는 목요일이 그나마 사람이 적지 않겠냐 하며 내가 목요일에 가자고 강하게 의견을 제시했고 아내는 그러자 했다. 이 결정은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상당히 힘든 결과를 만들어 냈다. 돌아보면서 이야기하는 거지만 그래서 의미가 없지만 금요일에 에버랜드를 갔어야 했다.

 

 

 너무나도 당연히 결과까지 생각할 수 없었던 당시엔 하루라도 빨리 가고 싶었다. 주인의 부주의한 관리가 무색할 정도로 강원도까지 아무렇지 않게 다녀온 차는 용인 정도는 산책하듯이 가볍게 내달려 줬다. 에버랜드 정문과 가장 가까운 주차장에 주차하려 했는데 유료라고 해서 무료 주차장 중에 정문과 가장 가까운 곳에 차를 댔다.

 

 

 어차피 셔틀버스가 오기 때문에 정문과 거리가 있어도 별 문제는 없었다. 그마저도 나름 아이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일반적인 대중교통은 아니지만 엄마, 아빠 하고만 차를 타다 많은 사람들과 버스를 타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커다란 셔틀버스가 나름 속도를 내니 커브 구간에선 꽤 속도감도 느낄 수 있었다. 약간의 속도감으로 불안한지 유모차에 탄 아이가 아빠 손을 꼭 잡았다. 불안함을 느낄 때 아빠 손을 더 강하게 잡거나 품에 꼭 안기는 아이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그리고 꼭 지켜주고 싶은 생각이 마구 샘솟는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드디어 꿈과 환상의 나라 에버랜드 정문에 도착했다. 티켓을 미리 구매해 놨기에 바로 입구로 갔다. 에버랜드에 왔으니 ‘반짝반짝’ 인사도 하면서 입장했다. 더웠다. 군대도 아니고 집에서 출발하는 순간부터 더웠지만 에버랜드에 들어서는 순간 더 더워지는 것 같았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알 것이다. 부대 정문을 나서는 순간 그리고 부대로 다시 들어오는 순간 공기와 온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묘하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 더운 날씨에 내가 미쳤지 땡볕인 에버랜드에 오다니. 괜찮아 기념품점 등 실내만 찾아 돌면 되니까 하고 스스로를 달래면서 그 와중에도 왔다는 티는 내야 하니까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우선 화장실에 들러 가볍게 정비를 했다. 아내는 팩을 사겠다고 화장실 바로 옆에 있는 ‘올리브가 젊은’ 가게에 잠시 들렀다. 그리고 바로 사파리를 보기 위해 갔다. 많이 기다려야 될 텐데 평일이니 그나마 괜찮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품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는 길에 판다가 있는 곳을 지나치게 됐는데 운영시간을 보니 사파리를 보고 오면 판다를 못 볼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판다를 보기로 했다. 에버랜드는 판다를 보러 오는 곳이니까 당연히 최우선이다. 사파리를 보기 위해 많이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에 집중하다 보니 진짜 중요한 판다를 놓칠 뻔했다. 판다가 가는 길에 있어 다행이었다.

 

 

 역시 인기 만점인 곳이다. 들어서자마자 판다를 보고 있는 사람들도 왁자지껄했다. 우선 래서 판다가 있는 쪽으로 갔다. 판다도 판다지만 래서 판다의 치명적인 귀여움은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다. 덩치도 조금 작은 개만 하고 순해서 상당히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이다. 사과를 주며 사육사가 설명을 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그 시간이 아니었는지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시종일관 대나무만 먹고 있었다.

 

 

 나를 포함 너도 나도 래서 판다의 흉포할 정도로 귀여운 자태를 사진으로 담아가기 위해 알아듣지도 못할 텐데 연신 래서 판다를 불러댔다. 여기 좀 봐달라고. 알아듣긴 할 텐데 사과를 주는 사육사가 아니니 처다 볼 일이 없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럼에도 다들 어떻게든 귀여운 얼굴 사진으로 한 번 담아가겠다고 여기 섰다가 저기 섰다가 난리를 쳤다.

 

 

 그리고 아이에게 보여 주기 위해 아이를 들어 올려 최대한 높이 위치시켜 래서 판다를 볼 수 있게 해 줬다. 목마를 태워 더 높은 위치에서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직 목마를 탈 만큼 큰 아이는 아니어서 최대한 가슴에 품어 높이 들어 올렸다. 이어서 판다 가족을 보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래서 판다와 마찬가지로 판다도 순하지만 가지고 있는 덩치가 상당하기에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위해 판다는 보다 멀찍이서 볼 수 있게 해 놨다.

 

 

 천성이 게으르고 먹성이 좋은 녀석들인지 늘 보러 올 때마다 세상 편한 자세로 반쯤 드러누워 대나무를 먹고 있었다. 놀라운 건 이빨이 생각보다 크고 두꺼운데 그 이빨로 가느다란 대나무 줄기의 껍질을 아주 기가 막히게 벗겨냈다. 한참 넋을 놓고 아빠 판다, 엄마 판다, 아기 판다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아빠 판다는 덥고 귀찮은지 넣어 놓은 커다란 얼음 덩어리에 턱을 괴고 반쯤 조는 듯이 있었다.

 

 

 아기 판다 2살 생일을 기념해 축하 메모를 작성할 수 있는 이벤트 비슷한 걸 하고 있었다. 우리 세 가족이 판다 세 가족을 보러 와서 잘 봤다고, 우리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낼 테니 너희들도 그러라고 메모를 남겼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사파리를 향해 갔다. 역시나! 어마어마한 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더운데…. 우린 괜찮지만 과연 아이가 이 더위에 긴 시간을 아무것도 안 하면서 기다릴 수 있을까? 아이에게 ‘어흥’ 사자와 호랑이 그리고 곰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던 건 아닐까. 어른들도 기다리기 힘든 시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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