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29일 ~ 31일
1부에서 이어집니다.
결과는 마이크 타이슨이 실제 그런 말을 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상에는 타이슨이 한 것처럼 이야기되는 명언(?)대로 됐다. 다들 들어 봤을 것이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처 맞기 전까지는’ 어떻게 처 맞았는지 이야기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다. 롯데타워 아쿠아리움까지는 좋았다. 나름 계획된 시간에 도착해 아이와 함께 다양한 물고기들을 봤다. 아이는 둘째치고 나 역시 처음으로 ‘벨루가’를 봤다. 정말 뭐랄까 경이롭고 신비롭고 대단한 동물 같았다. 지능도 어느 정도 있다고 하는데 여하튼 아름다웠다.
즐겁게 아쿠아리움을 관람하고 나니 얼추 저녁시간이 다 됐다. 아내와 나 둘 뿐이었다면 아마 원래 계획대로 저녁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숙소에 가서 짐을 풀고 한강공원에 나가 치킨 등을 시켜 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있다 보니 저녁이 너무 늦어지는 부분을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은 롯데타워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여러 식당이 있었는데 아이와 함께 먹을 만한 걸 찾다가 쌀국수를 먹기로 했다. 아이가 면을 재미있게 잘 먹는 편이다. 그리고 다른 음식들보다 상대적으로 덜 자극적이어서 선택을 하게 됐다.
쌀국수를 먹고 시간을 보니 7시를 넘어 근 8시가 다 돼 가고 있었다. 숙소에 가서 짐을 풀고 아이를 데리고 한강공원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역시 우리 둘만 있었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아이는 또 평소 자는 시간을 넘기게 된다. 별수 없이 한강공원은 포기하기로 했다. 원래 기본계획에도 없던 곳이었으니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숙소에 가서 짐을 풀고 잘 일만 남았으니 롯데타워에 조금 더 있기로 했다. 사람과 여러 매장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아내가 꼭대기 전망대는 돈을 내야 올라갈 수 있지만 31층은 신분증만 확인되면 올라갈 수 있다고 하기에 아쉬운 대로 31층에 가기로 했다. 31층에 사람이 조금 많았는지 줄을 섰다가 신분증 확인 후 출입카드를 받고 올라갔다. 아까 저녁을 뭐 먹을까 고민할 때 31층에도 식당이 있다는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었었다. 그런데 조금만 걸으면 되긴 하지만 건물도 옆 건물로 옮겨 가야 하고 신분증도 확인하고 뭐 어쩌고 저쩌고 하면 시간이 늦어질 거 같으니 그냥 먹자고 해서 지하 식당가에서 쌀국수를 먹었었다.
그렇게 저녁까지 다 먹고 시간상 한강공원은 포기하고 아쉬운 마음에 31층에 올라간 건데 조금 기다리더라도 31층에 올라와서 저녁을 먹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깊게 남았다. 100층이 넘는 꼭대기 층의 전망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31층의 전망도 꽤 준수했고 식당들의 가격도 지하에 있는 식당들과 그리 크지 않았다. 아쉽지만 이미 저녁은 먹었고 또 먹을 배는 없고 시간도 없고 결정적으로 31층 식당가에 앉을 자리도 없었다. 아쉬운 대로 야경을 눈과 스마트 폰에 담고 내려왔다.
숙소에 들어가서 맥주와 먹을 안주로서 좋아하는 나초를 한 봉 사서 숙소를 향해 출발했다. 이때부터 역시 서울은 서울이구나 하는 걸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 많은 도시에 커다란 건물이고 그에 걸맞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니 당연히 주차비를 받았다. 밥 먹고 술 마실 때 몇만 원은 내면서도 주차비 몇 천원은 아까운 게 사람 심리일 것이다. 나만 그런가? 여하튼 주차비를 정산하는데 내가 사는 청주와는 또 다른 정산 방법에 당황했다.
처음에 아쿠아리움을 이용하면 4시간 주차를 할 수 있다고 이해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렇게 이해를 했다. 청주는 어떤 시설을 이용하면 주차는 거의 기본적으로 무료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보면 영화관 주차장을 3시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대다수의 시설이 그런 식으로 운영이 된다. 그래서 당연히 그렇게 이해를 했다. 우리가 롯데타워에 5시간 조금 넘게 있었으니 4시간은 아쿠아리움을 이용한 걸 이용해 공제를 받고 1시간 조금 넘는 주차비만 내면 되는 줄 알았다.
웬 걸 그게 아니고 원래 주차비가 10분당 300원인데 아쿠아리움을 이용하면 4시간 동안은 10분당 200원으로 할인해 준다는 게 정확한 내용이었다. 제대로 읽지 않은 내 잘못이지만 청주에 사는 촌놈이다 보니 ‘아쿠아리움’, ‘이용’, ‘4시간’ 이 세 단어만 눈에 들어왔고 청주에서처럼 당연히 4시간은 공제구나 생각했던 것이다. 제대로 보지 못한 내 잘못이니 따질 문제도 아니고 주변 사람 보기 민망해 부랴부랴 결제를 하고 출발했다. 차 안에서 아내와 함께 ‘서울은 서울이구나. 그렇지 그게 맞는 거야.’ 하면서 민망함을 달랬다.
숙소를 향해 출발한 시간은 어느덧 9시가 다 돼 갔다. 금요일 밤이고 나름 휴가기간이니 서울도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빠졌겠지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어느 정도 빠진 게 그 정도일 수도 있으나 역시 청주 촌놈 입장에서는 너무 막혔다.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마음으로는 이해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니 이 시간에 왜 이리 막히는 거야 도대체 아무리 서울이라지만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고 하는 대상이 없는 원망이 절로 나왔다.
그와 동시에 가끔 일을 보러 오전에 서울을 올라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도 매번 느끼는 거지만 서울 사람들은 이 교통체증을 도대체 어떻게 견디고 사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나 역시 애초에 서울에서 태어났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출퇴근 시간에 조금 막히는 것 외엔 별 거 없는 청주의 교통상황을 평생 겪은 몸으론 도무지 이 체증을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하루에 도로에 버리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 걸까? 그 시간을 버릴 만큼 서울이라는 도시가 메리트가 있는 건가?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겠지? 아 그래도 너무 답답한데…. 답답함이 한가득 차올라 넘치기 직전에 숙소에 도착했다. 이 정도 거리면 이 정도 시간이 걸리겠다 하는 내 감각이 무참히 짓밟혔다. 10시가 다 돼 숙소에 도착했다. 이 숙소가 조금 짜증 나는 게 주차공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안내해 준 내용이 이랬다. ‘숙소 건물 주차장은 비쌉니다. 인근에 불법 주차를 많이 합니다만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경쟁이 심하지만 멀지 않은 곳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하루를 꼬박 새워 둬야 하는데 건물 주차장에 주차하면 비용이 꽤 나올 것이 뻔했다. 불법주차를 하자니 이게 또 걸리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된다. 벌금도 벌금이지만 불안해서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남는 건 공영주차장인데 경쟁이 심하다고 한다. 도착한 시간은 늦었고 과연 주차를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정말 운 좋게도 공영주차장 자리가 하나 있어서 바로 주차를 했다.
말 그대로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올라갔다. 이 숙소 역시 이번 휴가의 컨셉에 맞게 전경이 좋은 특히 야경이 좋은 숙소였다. 그런데 그게 전부였다. 물론 그거 하나만으로도 의미는 있지만 이 숙소는 다른 의미로 별로였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찾아 간 숙소였는데 처음부터 호스트가 영 별로였다. 나름 합리적인 가격과 야경을 보고 선택을 했는데 뭐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게 많은지…. 내가 돈을 내고 숙소를 이용하는 건지 남의 집에 하루 얹혀 자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이거 하다 잘못되면 돈을 얼마를 청구할 거다. 전부 이런 소리들 뿐이었다.
휴가 막바지에 급한 김에 그냥 이용하기로 했는데 이용하는 내내 다른 것 보다 호스트의 그런 자세와 태도 그리고 대응이 영 별로였다. 지난 글에도 밝혔지만 난 숙소를 이용하면 가급적이면 내가 사용한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화장실이며 싱크대며 가급적 원상태에 가깝게 정리와 청소를 하고 나오는 편이다. 그런 내게 자꾸 이래라저래라 하니까 오히려 하기가 싫었다. 아니 돈을 내고 이용하는 건데 적정선에서 지저분하지 않게 이용하고 숙소의 물건을 파손만 안 시키면 되는 거 아닌가? 내가 만약 화장실을 조금 지저분하게 쓰고 음식을 해 먹고 설거지를 안 하면 어쩔 건데 이런 생각이 자꾸 들게 하는 호스트였다.
숙소를 이용하는 비용 속에 분명히 청소비용이라고 따로 책정이 돼 있는데 왜 자꾸 우리 보고 청소를 하라고 하는 거지? 그리고 뭐 청소가 잘 안 돼 있으면 추가금액을 청구하겠다고? 이 인간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랑 자야 해서 침대에서 잘 수가 없어 바닥에 깔려 있는 카펫을 조금 치워 달라는 소통을 하는 도중에 자기는 숙소 위생을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하기에 ‘그래, 알겠어. 얼마나 철저한지 내가 봐주고 까주지.’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철저하다는 말을 안 했다면 굳이 들먹일 필요가 없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냉장고 위에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화장실 환풍기 팬에도 먼지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매번 청소를 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없는 곳이기에 만약에 위생 부분에 철저하다는 말을 안 했으면 숙소가 그렇지 뭐 하면서 그러려니 넘겼을 것이다. 그런데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잘못되면 다 청구한다. 그러면서 근본 없는 위생관리는 철저하다는 주장을 펼치니 눈에 가시가 돋쳐 안 보고 싶은 것들이 보이게 됐다. 그 부분을 트집 잡아 대거리하고 싶었으나 피곤하기도 해서 됐다 싶었다. 만약에 야경마저 별로였다면 대거리를 대차게 했을 것이다.
이 번 휴가기간 동안 제일 별로였던 다시는 이용하고 싶지 않은 숙소로 기억에 남게 됐다. 일정도 꼬이고 숙소에 대한 부분도 그랬지만 크게 보면 이 모든 것이 휴가라고 하는 과정의 한 부분이니 좋은 게 좋은 거다 하고 넘어가면서 아까 사 온 나초와 함께 맥주 그리고 남아 있는 와인을 병째(숙소에 있는 물건 자체를 쓰기가 싫었다.) 마시며 야경을 봤다. 다음 날 숙소를 나와 남산타워를 향했다. 타워는 거들뿐, 실질적인 목적은 돈가스를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돈가스가 돈가스지 뭐 대단하겠냐만은 또 그 공간에서 먹는 의미가 있으니 기대를 안고 갔다.
남산타워 가는 오르막길에 돈가스 집들이 주욱 늘어서 있었다. 가게 앞에는 소위 ‘삐끼’ 그러니까 호객꾼들이 여기가 원조라고 들어오라고 난리였다. 인터넷을 통해 남산타워에 있는 돈가스 집들끼리 원조 논란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호객꾼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 보였다. 우린 이미 예능프로인 ‘무한도전’에 나온 곳을 가기로 결정을 하고 움직인 길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점심시간인지라 가게 앞에는 도저히 주차를 할 수가 없었다. 조금 위에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곳에 주차장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몇 바퀴를 돌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세 바퀴 째 도는데 가고자 하는 가게 앞에 주차 자리가 나서 재빨리 주차를 하고 기대하고 고대하던 무한도전에 나왔던 돈가스 집에 가게 됐다. 일반 돈가스 하나와 매운 돈가스 하나를 시켰다. 맛은 역시 그냥 돈가스였다. 난 개인적으로 이름난 맛 집의 맛에 별 감흥이 없다. 맛 집을 자주 찾아가지도 않지만 간간히 가서 먹게 되면 다 이 정도는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을 매번 하게 된다. 그래서 맛 집 혹은 유명한 집에 대한 별 기대가 없는데 이 돈가스 집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어느 지역의 어느 돈가스 집을 가도 먹을 수 있는 수준의 맛이었다. 프로그램을 촬영하다 우연히 연예인이 들르는 바람에 이렇게 유명세를 타고 돈을 벌어먹는구나 싶었다. 물론 기본은 하니까 그럼에도 사람들이 찾아오는 거고 나 역시 찾아왔지만 이 가게도 참 운이 좋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돈가스를 마저 먹었다. 게임에서 퀘스트를 완료하듯이 들른 돈가스 집을 나와 다음 목표인 명동성당을 향해 출발했다.
가는 길 근처에 남대문이 있는 것 같아 남대문을 찾아 끼고돌면서 명동성당을 향했다. 이 도로가 뉴스에 항상 나오는 도로 구만 하는 생각을 하며 차를 몰았다. 눈에 명동성당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보였다. 내비게이션과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니 명동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성당을 보고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외국인들이 오면 꼭 들른다는 명동 거리를 걸어봐야지 이런 기대를 품고 얼마 남지 않은 성당을 향해 차를 몰았다.
날은 더웠고 사람은 많았다. 차도 많았다. 지나치는 길에 왠지 저곳에 주차를 해야 될 것 같았다. 당연히 유료주차장이었다. 하지만 뭐 다른 곳이 있겠지 싶어 무시하고 명동성당 입구로 차를 들이댔다. 차단 봉이 있었고 관리하시는 아저씨가 물었다. 어디 왔냐고? 성당 보러 들어가면 안 돼요 했더니 그렇게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란다. 아니 더 정확히는 차를 이렇게 밀고 들어오면 안 된단다. 지나친 주차장에 주차를 했어야 되는 거구나.
아니 그런데 성당에 왜 못 들어가지. 물론 일반 성당이 아닌 관광지로서의 의미도 큰 성당인 건 알겠는데 그래도 성당 아닌가? 왜 못 들어가지?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양들은 다 들여보내 줘야 되는 거 아닌가? 무료하고 귀찮아하는 아저씨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아내가 주차하고 어떻게 더 알아볼 거냐 하길래 됐다고 덥다고 그냥 가자고 차를 돌려 나왔다. 난 신자가 아니니까 아쉬울 건 없으니까 이렇게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는데 은근 짜증과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더 머뭇거릴 시간도 체력도 없었기에 다음 목적지인 북촌 한옥마을로 향했다. 한옥마을에 가서 더우니까 카페에서 조금 시간을 보내고 해가 떨어질 즈음에 나와 산책 겸 둘러보자 하면서 아내가 이동 도중에 카페를 검색했다. 괜찮은 카페 하나를 찾았고 한옥마을 내에 있는 카페였기에 그 카페를 목적지 삼아 내비게이션을 돌렸다. 도착해 보니 차는 더 이상 끌고 들어갈 수가 없었고 1박 2일간 여기저기 다니면서 주차공간에 치였는데 가장 비싼 주차비를 요구하는 주차장을 드라마틱하게 마지막으로 만났다.
일단 차에서 내려 카페가 어딘가 봤다. 너무 작은 카페였고 아이와 함께 들어가 시간을 보낼만한 공간이 아니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더웠고 해는 왜 그리 쨍쨍한지 인상이 그냥 찡그려지면서 차에 다시 올라 아내에게 그만 집에 가자하고 차를 돌렸다. 우리가 휴가 막바지라 아쉬워서 그래 그러니까 이만하고 가자하고 청주를 향해 출발했다.
그런 마음을 하늘이 알아주는 건지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잘 됐다. 주차를 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길에 이 소나기를 맞았으면 짜증이 머리를 뚫고 나왔을지도 몰라 포기한 게 잘한 거야 이러면서 속도를 냈다. 그럼에도 아쉬운 마음은 커 청주에 도착해서 카페를 한 곳 가자고 했다. 역시 아내가 검색을 했고 새로 생긴 카페 한 곳을 찾았다. 청주는 내 구역, 손바닥 보듯이 볼 수 있는 곳이니까 집으로 설정했던 내비게이션을 그 카페로 바꿔 달렸다.
중간에 조금 막히기도 했지만 예상 시간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청주에 그리고 카페에 도착했다. 외곽에 있는 대형 카페였다. 대형 카페답게 주차장도 넓었다. 카페를 이용하니 주차비용은 당연히 무료였다. 너무 마음이 편안했다. 오! 내 고향 청주.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함 마음으로 커피와 빵을 먹으며 휴가의 마지막을 정리했다. 미리 준비한 아이 밥이 있었기에 우리는 커피와 빵을 먹고 아이는 밥을 먹었다.
먹을 만큼 다 먹고 카페 밖으로 나갔다. 넓은 잔디밭이 있었고 그 앞에 인공폭포까지 있어 아이와 적당히 뛰어놀다 집으로 향했다. 그래 이 시간이면 도로가 이렇게 뚫려야지 평소에 과속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서울에 비해 너무나도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마음만큼은 레이서처럼 달렸다. 도심으로 들어와 서울에 비하면 낮고 규모도 작았지만 또 그렇다고 너무 낮지 않은 건물과 아파트들이 오늘따라 특별히 정감 있게 눈에 들어왔다.
결론적으로 휴가가 시작될 때 처음 계획대로 강원도 일정 후 목요일 하루를 집에서 보냈어야 했다. 그리고 금요일에 에버랜드를 갔다면 아마 이후에 서울을 간다고 해도 남아있는 시간이 주말밖에 없어 1박 2일 일정을 잡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기분 나쁜 숙소에 돈을 쓸 일도 없었을 것이다. 토요일 하루를 당일 일정으로 롯데타워 탐방(?)에 온전히 썼다면 아쿠아리움 보고 31층에서 멋진 전경을 보며 여유 있게 밥을 먹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꼭대기 층 전망대까지 올라가 투명한 바닥에 올라 사진도 찍고 서울도 한눈에 내려 봤을 것이다.
물론 만약에 처음 계획대로 명동성당, 북촌 한옥마을을 제대로 구경했다면 이런 결과론적인 아쉬움에 근거한 후회를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애초에 이 계획은 말이 안 되는 계획이었다. 서울을 처음 가 본 것도 아니고 내 차를 끌고 가 본 것 역시 처음이 아니었지만 이렇게도 차가 막히고 주차가 힘들 줄은 몰랐던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 무식의 대가를 정말 톡톡히 치른 그런 서울 일정이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가슴 저편 어딘가에 앙금처럼 남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아마 다시 내 차를 끌고 도전하게 될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정을 짠 근거는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에 지하철 타고 움직인 경험에 있다. 그 경험 속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지하철을 타고 움직인 건데 그 부분을 간과하고 여기저기 간 기억만 남아 무리하게 계획을 짠 것이 결국 발목을 잡게 됐다.
그런데 이는 또 아이가 있다 보니 가급적이면 자차로 움직이자 하는 지금의 상황과 부딪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여하튼 이래저래 많은 걸 깨닫고 받아들이고 어떠한 의미로든 많은 걸 경험한 그런 휴가였다. 지나면 고생도 추억이라고 홀랑 다 태운 이번 휴가 일정에 대한 글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우리는 2주 뒤에 남아 있는 불씨가 있었는지 인천을 향했다.
'아빠의 어쩌다 여행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계 도시, 인천 2 (6) | 2023.06.25 |
---|---|
마계 도시, 인천 1 (18) | 2023.06.24 |
불타는 서울 1 (4) | 2023.06.21 |
불타는 에버랜드 2 (6) | 2023.06.20 |
불타는 에버랜드 1 (8) | 2023.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