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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어쩌다 여행일기

목천, 천안, 독립기념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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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9일

 

 

 첫 직장이 제약회사였다. 직책은 영업사원, 아주 쉽게 말하면 약을 팔러 다니는 일이다. 약장수.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우리 회사 약 좀 써 주세요 하고 읍소를 한다. 의사가 그렇게 하겠다 하면 거의 바로 밑에 층 혹은 근처에 있는 약국에 가서 의사가 우리 약을 쓰기로 했습니다 하고 약 주문을 받는다. 거의 대부분은 해당 약을 주문하지만 버티는 약사도 있다. 그럼 그 상황에 맞는 대처 방안이 있다. 영업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니까 자세한 대처방안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때 청주를 기반으로 해서 충북 전역을 돌았다. 그래서 사회 초년생임에도 과감하게 차를 샀고(당연히 할부로 샀다. 처음 계약은 5년 할부였는데 3년으로 확 땡겼다.) 청주 상당구(당시에 청주는 2개 구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4개 구로 재편돼 있다.)와 충북 음성, 진천, 광혜원, 영동 등 그리고 행정구역상 경계 지역인 경기도 이천의 장호원까지 올라갔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비게이션도 없었는데 어떻게 다녔는지 의아하긴 하다. 기억에 의하면 전 날 인터넷 등에서 지도를 찾아보고 대충 경로를 파악한 뒤에 주의 깊게 보면 잘 되어 있는 걸 느낄 수 있는 이정표를 보고 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은 실수를 하는 법. 내비게이션을 보는 지금도 간간히 길을 잘못 들어서는데 그때는 더 했다. 더욱이 그때는 도로 바닥에 분홍이, 초록이 유도선도 없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인가 타 지역에서 영업활동을 마치고 고속도로를 이용해 청주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빠져나가야 할 곳을 놓치고 ‘목천’으로 나온 적이 있었다. 아 여긴 어디지? 다시 고속도로를 타야 하나? 청주에서 그렇게 먼 것 같지는 않은데….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면서 통행료를 받는 직원에게 청주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바로 물어 국도를 통해 겨우 겨우 청주로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목천 하면 떠오르는 곳이 하나 있다. 바로 ‘천안 독립기념관’이다. 주말에 어딜 갈까 고민 고민하다 독립기념관을 가기로 했다. 후보지는 청원생명축제, 세종수목원, 독립기념관 그리고 청주 외곽의 대형 카페였는데 독립기념관이 낙점됐다. 사실 독립기념관을 한 번 가자고 이전부터 아내와 계속 이야기했었다. 적절한 날을 기다렸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일요일에 갈까, 월요일(한글날에 의한 대체 공휴일)에 갈까? 고민 끝에 일요일에 가기로 했다. 하루 일정이었기 때문에 짐이 많이 필요하진 않았다.

 

 

 요즘에 아내가 도시락을 열심히 싸고 있다. 늘 생각해 왔던 것 같긴 한데 최근 들어 도시락을 본격적으로 싸기 시작했다. 아이가 아직은 성인들이 먹는 걸 그대로 먹기엔 다소 부담스러워 아이 도시락만 싸던 걸 우리 도시락까지 같이 싸기 시작한 것 같다. 메뉴는 늘 비슷하다. 도시락을 싼다는 게 보통일이 아니기에 메뉴가 비슷하다고 해서 투정 부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먹는 거에 특별한 투정은 없는 편이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아내가 다소 편할 수 있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우선 아침을 안 먹는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아침을 안 먹었다. 대단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아침 먹는 시간에 조금 더 자는 걸 선택한 결과다. 그리고 어제 먹은 걸 오늘 또 먹어도 별로 개의치 않는 성격이다. 한식, 양식, 중식, 일식 구분을… 그만 하자. 그냥 아무거나 다 잘 먹는다. 여차해서 뭔가 상황이 안 되면 한 두 끼 안 먹고 넘어가는 것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아내가 나보다 상대적으로 삼시 세 끼를 잘 챙기는 편이라 아내 덕에 아침을 간혹 먹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그러니 아내가 뭘 싸든 도시락을 싸면 그냥 먹는다. 부족하면 더 사 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지난 서울랜드에 갔을 때 싼 도시락과 같은 도시락을 쌌고 독립기념관에 가니 고객쉼터라고 해서 식당과 연계해 식당 메뉴를 시켜도 되고 싸 온 도시락만 먹어도 되는 그런 공간에서 도시락과 메뉴 하나 시켜서 잘 먹었다. 어쩌다 보니 순서상 도시락 먹은 이야기를 먼저 하게 됐다.

 

 

 다시 순서를 바로 잡아 돌아오면 여러 후보지 중에 우선 낙점된 독립기념관을 가기 위해 간단한 준비(도시락 등)를 하고 바로 출발했다. 내비게이션도 없던 시절에 사회 초년생으로 이정표만 보고 돌아다니다 잘못 보고 들어 간 목천에 이 번엔 제 발로 찾아가는 격이 됐다. 그냥 간 건 아니고 당연히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 출발했다. 청주에서 거리가 멀지 않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이제 아이도 한 시간 정도 거리는 카시트에 잘 묶여 있는다. 독립기념관까지는 한 시간이 채 안 되기 때문에 아이를 포함한 우리 가족에겐 아무렇지 않게 갈 수 있는 정도의 거리다.

 

 

 내비게이션을 통해 목적지를 검색하면 가까운 거리는 그렇지 않지만 조금만 거리가 있으면 기본적으로 고속도로를 통한 경로를 안내한다. 고속도로를 경유한다는 건 통행료를 내야 한다는 소리가 된다. 청주에서 대전, 천안 정도면 굳이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국도를 타고 얼마든지 갈 수 있다. 물론 시간은 조금 더 걸릴 수 있지만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내비게이션은 기본적으로 고속도로 경유 길을 안내한다. 혼자 음모론에 입각해 ‘이거 이거, 내비게이션 회사랑 한국도로공사랑 모종의 거래가 있는 거 아니야?’하고 생각해 본 적도 있다. 경로 설정을 무료도로로 바꾸면 바로 고속도로 경유가 아닌 일반 국도를 통하는 경로를 안내해 주기에 그 근거는 미약하지만 또 모를 일 아닌가 하는 아주 의뭉스러운 생각도 해 본다.

 

 

 운전을 한다는 건 상당히 지루한 일이기 때문에 별 생각을 다 해 본다. 이런 망상과 공상을 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르게 된다. 학생 시절에 한 번 정도, 성인이 돼서 한 번 정도 독립기념관에 갔던 것 같다. 남아 있는 기억 중에 하나가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그 기억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는 듯이 독립기념관 초입에 들어서는 왕복 6차선(8차선인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이 다소 휑할 정도로 차가 없었다. 입구에서 주차비 2천 원을 내고 주차장에 도착하니 그나마 우리말고도 사람들이 왔구나 하는 점을 주차된 차들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음에도 사람들은 꽤 있었다. 어쩌면 독립기념관이 실내이기 때문에 비가 와도 관람하는 데 있어선 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다른 곳을 가려다 왔을 수도 있다. 우리가 독립기념관에 온 이유 중에 하나도 이미 일기예보를 통해 확인한 비가 온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봄에서 여름을 향해갈 때 오는 비는 올수록 따뜻해지는데 가을에서 겨울로 향해갈 때 비는 올수록 추워진다. 아이는 조금 과하다 할 정도로 겉옷을 챙겼고 아내는 가벼운 겉옷을 하나 입었고, 나는 아직 그냥 반팔이었다.

 

 

 계절 변화에 따른 옷의 변화가 상당히 느린 사람이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가디건을 다 입어야 그제야 가디건 걸칠 때가 된 건가 하고 입는 편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비가 오는 날이라 반팔을 입고 나왔을 때까지는 그냥 그랬는데 비가 올수록 조금은 춥게 느껴졌다. 아내도 감기가 걱정이 됐는지 계속 괜찮은지 물어 왔다. 다행히도 조금 쌀쌀한 정도였고 감기에도 걸리지 않았다. 차에서 내려 비가 오는 날 한 번도 걸어 보지 않은 아이를 안았다. 안은 것까지는 괜찮았으나 우산을 쓰는 게 문제였다. 한 손은 아이를 안아 올리고 한 손은 우산, 영 불편했다. 그렇다고 아내 보고 안으라고 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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