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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5일
주말을 맞아 산책할 만한 곳을 물색했다. 여기저기 부담 없이 가볍게 20~30분 정도 운전해서 갈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가 본 곳도 있고 안 가 본 곳도 있는데 어느 쪽이든 딱 하고 와닿는 곳이 없었다. 날이 가을을 향해 가는 시점이라 산책하기 좋은 날씨를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 어디를 갈지 계속 고민을 했다. 그러다 머리를 번뜩하고 스친 생각, 속리산을 가자! 그렇다. 속리산은 우리 뒷동산이다 는 거짓말이고 전국에 있는 명산 중에 청주 사람들이 거리상으로 가장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산이다.
더 가까운 산을 찾아보면 있긴 있을 것이다. 사회 시간에 배우지 않았는가? 우리 국토 면적의 70%가 산지라고. 그러니 분명히 속리산보다 가까운 산이 있을 것이다. 청주만 봐도 청주에선 유명한 우암산이 있다. 해발 353m짜리 명산이다. 청주 사람들은 우암산의 정기를 받아 자랐다. 하지만 뭐 전국적인 산은 아니니까. 결정적으로 우암산엔 없지만 속리산엔 존경해 마지않는 소나무인 정이품송이 있다. 정이품송 하나 보는 것만으로도 속리산은 가볼 만한 가치가 있다.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대한불교 조계종 제5 교구의 본사인 법주사도 있다. 창건한 지 1500년 정도가 된 아주 유명한 절이다. 우암산도 청주에선 나름 명산이지만 속리산의 이런 스펙을 이길 수는 없다. 이기고 지는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다는 이야기다. 산책할 만한 곳을 찾다 속리산이 생각이 나서 속리산을 소개하는 이상한 방향으로 샜는데 여하튼 속리산으로 산책(?)을 가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6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고속도로보다는 일반 국도를 타고 가면 된다. 넉넉히 1시간 정도면 정이품송을 볼 수 있다.
가벼운 산책이니 특별히 준비할 건 없다. 아이의 가벼운 짐과 점심거리를 챙겼다. 처음 걷기 시작한 시점엔 유모차에 안 타고 안기려 하더니 충분히 걸을 수 있고 빠르진 않지만 뛸 수도 있는 녀석이 이제 걷기 조금만 힘들면 안아달라고 하거나 유모차를 타려고 한다. 그래서 유모차도 챙겼다. 유모차는 아이를 태우는 용도도 있지만 가벼운 짐을 실을 수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유용하다. 말 그대로 동네 뒷동산 가듯이 간단한 준비와 가벼운 발걸음은 아니고 차를 몰아 출발했다.
청주 시내를 벗어나 외곽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니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길들의 연속이다. 1년에 한 두어 번 가는 길이다 보니 온전한 기억력에 의해 의존해 갈 수는 없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가는데 중간중간 익숙한 길들이 이어진다. 달리는 차 안에서 아이는 까불기도 하고 웃기고 하고 찡찡거리기도 했다. 달래고 어르고 과자도 주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카시트에서 풀어주면 되는데 그럴 수는 없다.
카시트에 타고 있다는 표현보다는 거의 묶여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아이가 답답할 거라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풀어줄 수는 없다.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묶어 두고 차를 달렸다. 영 힘들어하면 잠깐 내려 풀어 주면 되는데 그래도 많이 커서 1시간 정도는 적당히 달래면서 달릴 수 있다.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눈다. 차는 폐쇄적인 공간이 주는 독립성이 탁월한 이동수단이다. 집에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차 안에서 나누는 대화는 또 남다르다.
보통은 차 안이라고 해도 평소에 하는 이야기,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간혹 뜬금없는 대화들이 이어질 때가 있다. 그런 대화를 나누며 주변 풍경도 보며 어느 정도 달리면 정이품송이 보이기 시작한다. 언제 봐도 멋스러운 나무다. 세월의 풍파를 못 이겨 많이 상해, 보기에 안쓰럽고 짠하기도 하지만 은은하게 풍겨지는 기품은 가히 신선의 풍모 같다. 상황에 따라 속리산에 들어가기 전에 정이품송을 보고 가는 경우가 있고 속리산에서 나와 집에 가는 길에 보는 경우가 있다. 오늘은 나오는 길에 보기로 했다.
창밖으로 멀어지는 정이품송에서 쉬이 눈길을 떼지 못하면서 차를 몰았다. 1~2분 정도 더 달리니 속리산 초입이다. 여러 가게들이 있다. 지역이 보은이다 보니 대추 파는 가게가 있다. 산 아래라 그런가? 버섯 파는 가게, 나물 파는 가게 그리고 식당들이 도로 양 옆에 죽 늘어서 있다. 조금 더 들어가면 마지막 유료주차장이 하나 나온다. 더 이상 차를 끌고 들어갈 수는 없다. 보통은 유료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아마 하루 4천 원일 거다. 나름 저렴한 편이다. 보통 1시간에 2천 원 정도 하는 게 일반적인데 하루 4천 원이니 충분히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정확한 건 아니다. 1년에 한 두어 번 가는 거기 때문에 딱 그만큼만 정확한 기억이다.
이 번엔 유료주차장 가기 전 식당가 뒷골목에 주차를 했다. 스포츠카를 하나 지나치면서 주차를 했다. 저런 차 언제 끌어보나 하는 아쉬움 섞인 의미 없는 기대를 하며 열심히 주차를 했다. 트렁크에서 유모차부터 내리고 아내는 차 안에서 카시트에 묶여 있는 아이를 풀고 가방을 들고 내렸다. 이제 충분히 걸을 수 있는 아이이기에 가급적 걷게 하려고 하는데 조금 컸다고 자꾸 요령을 피운다. ‘하~ 요놈 요거, 잘 크고 있는 것 같아서 봐준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슬슬 걷기 시작했다.
아이 밥은 챙겨 왔고 우리 밥을 해결하면 된다. 식당도 좋지만 돗자리도 준비했으니 도시락을 사서 야외에서 먹기로 했다. 주변에 도시락 집은 없어서 편의점에서 도시락 두 개와 얼음 컵과 함께 사는 가성비 좋은 파우치(?) 커피도 하나 샀다. 커피를 거의 물처럼 마셔서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커피 없으면 거의 뭘 못 한다고 보면 된다. 이제 산으로 향해 가기만 하면 된다. 아직 국립공원 땅에 들어서진 않았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가야 한다.
국립공원 매표소까지 걸어가는 길만 해도 산책으로 즐기기에 충분히 괜찮다. 알기로는 캠핑장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나야 뭐 캠핑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니 별 관심은 없지만 언제인지 여름에 왔을 때 꽤 많은 텐트를 볼 수 있었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가면 작은 천 하나가 흘러가고 그 위에 오래된 석조라고 하면 좀 그렇고 콘크리트 다리가 하나 놓여 있다. 다리를 지나며 아이를 안아 올려 다리 밑에 흐르는 물을 보여 줬다. 물은 생각보다 맑았고 물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물고기도 꽤 많이 있었다. 큰 물고기들이 아니라 아이가 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볼 수 있으면 보라고 저기 물고기 있다고 계속 손을 가리켰다. 그럼 아이는 보이는지 아빠 손이 가리키고 있어서 그런 건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여름에 오면 이 천에서 꽤 많은 아이들이 물놀이를 했던 것 같다.
다리를 건너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갔다. 우선 자리를 깔고 밥을 먹어야 했다. 들어가면서 자리를 깔 만한 장소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는데 마땅치가 않았다. 방금 지나쳐 온 천 주변이 차라리 나을 것 같았다. 흘러가는 물소리 졸졸 들리고 돗자리 깔고 밥 먹기에 제격일 것 같았다. 발길을 돌려 다시 천 근처로 왔다. 사실 아까 지나치면서 봐 둔 자리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 결국 돗자리를 깔았다. 적당한 나무 그늘 아래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는 자리라니…. 아무래도 산책 장소 선택을 잘한 것 같다.
아이 밥을 꺼내고 사온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밖에서 먹는 밥은 그 맛이 거의 두 배는 되는 것 같다. 편의점 도시락이라 애초에 별 기대가 없었지만 나름 맛있게 먹었다. 아이도 기분이 좋은지 엄마, 아빠가 주는 대로 곧잘 받아먹었다. 밥을 먹으며 앞에 천을 바라보니 몇몇 아이들이 이제는 물이 찰 텐데 종아리 정도만 젖는 정도로 해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몇몇은 물고기 잡는 도구를 이용해 물고기도 잡고 있었다.
우리가 돗자리를 깐 자리 옆에 아주머니 두 분이 있었는데 두 가족이 함께 온 것 같았다. 엄마들은 돗자리에 편하게 앉아 앞을 바라보고 있었고 아이들과 남편들은 천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조금 뒤에 아이들과 아빠들이 올라왔는데 물고기를 꽤 잡아 왔다. 도시 아이들일 텐데 얼마나 신기할까 싶었다. 순간, 우리 아이에게도 물고기를 보여 주고 싶었다. 아쿠아리움에 가서 나름 눈앞에서 물고기를 본 적이 있지만 물이 흘러가는 곳에 들어가 잡아 보여 주는 경험은 그 어떤 아쿠아리움도 따라올 수 없을 것 같았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고, 준비가 되지도 않았는데 그냥 천으로 들어갔다. 바지만 숭덩숭덩 걷어 올리고 들어갔다.
으차차차차차차차~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의 물은 차가웠다. 손에는 아이 밥을 싸 온 지퍼백이 한 장 달랑 들려 있었다. 이걸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일단 들어왔으니 뭐라도 해 봐야 했다. 물고기들이 있는 곳으로 슬금슬금 다가가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지만 지퍼백을 물속에 담갔다. ‘아니~ 이 양반아, 이렇게 하면 잡히냐고? 참 답답하네.’ 내가 하고 있었지만 내가 답답했다. 이렇게 해서 잡힐 물고기 놈들이 아니다. 몇 번 더 되지도 않는 지퍼백을 물속에 담그기를 반복하다 이내 포기하고 물 밖으로 나왔다. 아내가 잡았냐고 하기에 못 잡았다고 하기는 싫어서 도구가 있어야 된다면서 도구만 있으면 잡을 수 있을 것처럼 허세를 부렸다. ‘도구가 없어, 도구가. 그냥 잡을 수 있는 놈들이 아니야. 그 왜 반도 같은 거 있으면 잡을 수 있는데.’ 이러면서 아쉬움을 달래다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딸내미에게 뭐라도 보여 주고 싶었다. 역시 손에는 되지도 않는 지퍼백만 덜렁 들려 있었다. ‘아이씨, 이걸로 안 될 텐데….’ 그런데 저 쪽에 버려진 잠자리채 비슷한 게 있었다. 물이 빠지는 망이 있으니 어쩌면 되겠는데 하면서 주워 들고 물고기들이 몰려 있을 만한 구석으로 갔다. 물이 빠지는 망과 자루가 있어 지퍼백보단 한결 가능성이 높았지만 너무 약했다. 과연 지퍼백보다 더 나은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물고기들이 있을 만한 물 구석을 몇 번 쑤시다 포기했다.
멋쩍게 웃으며 아내와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가는데 뭐가 폴짝 뛰었다. 어? 뭐지. 다시 보니 손가락 한 마디만 한 개구리였다. 오! 이 놈이라도 잡자. 개구리도 실제로는 처음 보는 거니까 이거라도 잡자. 뽑은 칼 무색하니 썩은 무라도 썰어 보자는 심정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불쌍한 개구리를 지퍼백 안에 가뒀다. 아하하하하~ 아빠가 개구리 잡아 왔다. 원래 개구리를 잡으려고 한 것처럼 아이에게 보여 줬다. 아이는 다행히도 개구리 역시 실제로는 처음 보는 거기 때문에 신기한 눈으로 손짓을 했다. 지퍼백 안에 가둬 놨기 때문에 아이가 조금이라도 느껴 볼 수 있게 최대한 가까이 가져갔다. 물고기를 잡아 줬으면 더 좋았겠지만 요즘은 개구리도 실제로 보기 힘드니 나름 괜찮은 경험을 준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보여 주고 잡혀줘서 미안하고 고마운 개구리는 바로 풀어 줬다. 밥도 다 먹었고, 더 이상 물고기도 잡을 수 없었기에 이제 자리를 정리하고 본연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산책을 하기 위해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이쯤에서 우리는 늘 국립공원 안까지는 안 들어가고 돌아 섰던 것 같다. 살짝 귀찮아질 타이밍이기도 하고 아내나 나나 산을 타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다. 공기 좋은 산길을 산책을 하기엔 정말 제격이지만 이 만큼 걸었으면 됐지, 그리고 돌아가는 시간 등 고려하면 그냥 가자. 나가서 저녁을 먹든 카페를 가든 하자 하면서 보통 돌아섰는데 오늘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래도 우선 매표소까지는 가기로 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산책을 조금이나마 더 할 수 있고 매표소 바로 앞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조금 더 올라갔다. 그런데! 이게 웬 일. 국립공원 관리자 분들이 딱하고 말을 타고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속리산을 몇 번 왔는데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말 옆구리에 보니 탄소중립 뭐 어쩌고 저쩌고 쓰여 있었는데 관리자 분들이 원래는 카트나 차량 등을 이용한 거 같은데 환경 등을 생각한다는 의미로 탈 것을 기계에서 말로 바꾼 것 같았다. 더불어 속리산 홍보도 하는 것 같았다. 실용적인 의미보다 후자의 이유가 더 큰 것 같았다.
여하튼 말이다! 눈앞에 말이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가 서 있었다. 말은 가축으로써 우리 인간에게 상당히 친숙한 동물이다. 개, 고양이, 돼지, 소 등과 같은 가축인데 그래서 너무 친숙한데 앞에 나열한 동물들과는 다르게 그 친숙도에 비해 보기 힘든 동물이기도 했다. 나 역시 실제로 말을 본 게 이 번이 아마 두 번째였던 것 같다. 고등 시절에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갔을 때도 본 기억이 없다. 그 이후로 제주도는 가 본 적이 없고 말이 제주도에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인 제주도를 가지 않으니 볼 일은 거의, 아니 없었다.
그런 말이 눈앞에 있다니!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홍보 목적이 맞는지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고, 조심스레 다가가 관리자 분에게 물어보니 만져도 된다고 했다. 아이를 안고 말 옆으로 가서 사진을 찍고 말의 콧등과 볼을 살며시 만져 봤다. 평소에 기회가 되고 상황이 허락된다면 말 목을 한 번 안아 보고 싶었는데 그걸 부탁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아이보다도 내가 더 신기해서 옆에서 떠나질 못하고 연신 콧등과 볼만 조심스럽게 만졌다. 정말 멋있는 동물이다. 눈이 정말 커다란 유리구슬 같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매표소 근처 화장실까지 올라가 일을 보고 손을 닦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가 주차돼 있는 곳으로 갔다. 가는 길에 아까 이야기한 캠핑장을 지나게 되는데 그곳에 황토 알갱이(?)를 깔아 둔 지압길이 있다. 이 길도 나에겐 속리산 산책의 필수 코스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황토 알갱이 길을 걸으면 시원하면서 아프다. 많이 아프다. 어정어정 뒤에서 보면 슬랩스틱 코미디를 하는 사람 같을 것이다. 나만 아플 수 없으니 건강에 좋은 거라고 아내를 꼬드겨 세웠다. 아내가 웃었다. 좋아서 웃는 게 아니었다. 아파서 어이가 없어서 나오는 웃음이었다.
차에 도착해 아이를 다시 카시트에 묶고 짐을 싣고 청주로 출발했다. 나가는 길에 들어오면서 드리지 못한 인사를 하기 위해 정이품송 앞에 차를 세웠다. 잘려 나간 반쪽이 너무 안쓰러웠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온전해 보이는 곳도 있다. 모습을 담아두고 싶어 한 바퀴 크게 돌면서 사진을 찍었다. 내가 죽을 때까지는 더 이상 훼손되지 않고 자리를 지켜 주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듯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 주는 한계가 있기에 눈에도 담을 만큼 담고 이제 됐다 싶을 때, 다시 차를 타고 출발했다.
가기로 한 카페로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를 잡았다. 낮잠을 못 잤기 때문에 운전하는 동안 졸렸지만 별 일없이 카페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보니 일 때문에 지나다니면서 봤던 카페였다. 목적지로 잡을 때 카페 이름이 익숙하다 했는데 괜한 익숙함이 아니었다. 이 쪽에서 보면 지하, 저쪽에서 보면 1층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나름 컨셉을 잘 잡은 카페였다. 수석과 분재로 실내를 꾸민 카페였다. 수석과 분재라는 소재는 보기엔 좋은데 자칫 나이 들어 보일 수 있다. 그 지점을 카페의 전체적인 내장과 균형을 잘 맞춰 오히려 세련돼 보이게 정리를 잘한 것 같았다.
시그니쳐 메뉴가 카페 컨셉에 맞게 수석 모양의 크림 슈였다. 시그니쳐는 또 확인을 해 봐야 하기에 음료와 함께 세트로 묶여 있는 메뉴 하나와 카페 음료의 전반적인 질을 확인할 수 있는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추가로 대충 저녁 시간이 돼서 적당히 저녁으로 때울 수 있게 빵 한 두어 개를 더 주문했다. 넓은 발코니 개념의 실외 공간에 평상 느낌으로 꾸며진 자리가 있어 아이와 앉아서 먹으면 좋을 것 같아 자리를 잡았다.
음료는 적당히 먹을 만했고 시그니쳐인 수석 모양의 크림 슈는 맛있었다. 모양도 수석 같았지만 빵을 받친 용기에도 하얀 돌처럼 흰색 쌀 크런치를 깔아 더 그럴듯했다. 조금 거리를 두고 수석이라고 속이면 속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어느덧 해가 기울고 조금 쌀쌀해지는 듯하여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가벼운 산책을 하자하고 시작한 하루였지만 드라이브도 하고 정이품송에게 인사도 드리고 물가에서 밥도 먹고 아이에게 개구리도 잡아 보여주고, 말! 정말 생각지도 않게 말을 본 그리고 멀리서 보면 돌 같은 크림 슈도 맛있게 먹은 그런 하루가 저물어 갔다.
사진을 잘 찍지 못한다.
당연히 카메라를 이용해 찍는 사진도 아니고
스마트 폰이 그렇게 좋은 기종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름 여행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을 때가 있다.
그럴 경우엔 조금이나마 원하는 그림이
화면 안에 잘 들어오게 찍으려고 애는 쓴다.
이번 속리산 이야기는 글로 옮길 계획이 없었다.
사진을 찍을 이유가 없다는 소리다.
생각을 하면서 요소마다 사진을 찍는 게
생각보다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전의 몇 편의 여행기를 보고
읽어 주신 분들께서 예의상 해 주시는
칭찬을 댓글로 받다 보니
또 괜히 어깨가 으쓱해져
아 그럼 여행기를 다 써야 되는 건가?
독자들이 원하는데?! 이런 가당치도 않은 생각에
부랴부랴 쓴 글이다.
그래서 사진도 아내에게 받았다.
가급적이면 나를 제외하고
가족이 안 나오는 사진을 받다 보니
뭔가 핀트도 안 맞고 글에 적절하게 걸맞은 사진도 거의 없어
그냥 분위기만 낼 수 있는 사진을 첨부함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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